분류 전체보기 (85)
아슬아슬한 인생 (36)
말 끝 흐리는 독서노트 (5)
웹에 꽂은 책갈피 (8)
수다스런 쥬크박스 (23)
제법 문화적인 구석 (9)
웹이 좋아요! (4)
me2day 로그 (0)
53,191 Visitors up to today!
Today 2 hit, Yesterday 6 hit
제 블로그를 구독하세요!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07.03.06 00:12
후회하지 않아

영화 중 가장 사랑스럽던 '속닥속닥' 씬


지난 달 28일, 까페 빵 상영회에서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를 보았다. 진작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상영은 단 한 번, 퇴근 시간부터 상영시간까지 30분 밖에 텀이 없었다. 그래서 미리미리 주변 정리하고 7시 땡치자마자 튀어나갈 채비를 단단히 했었더랬다. 하지만 아닌가 다를까 퇴근 시간 임박해 이런저런 사고들이 터지더라. 급한 페이지 수정 건, 간단한 장애 처리 등등 후다닥 해치우고 택시를 잡아타고 홍대로 냅다 달렸다. 그런데 한참 퇴근 시간인지라 아현동 고가 넘자마자 차들이 줄줄히 밀려 서 있었다. '늦으면 안되는데' 하는 초조한 마음에 택시안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10분쯤 늦게 도착했다. 다행히 영화는 좀 더 있다가 시작했었다.

이 날 나와 영화를 함께 보기로 한 건 친구 김택수. 둘이 쪼로로 까페 빵에 들어서는데 안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오롯한 분위기에 잠시 당황했다. 까페 빵 상영회 분위기가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후회하지 않아" 팬들이 이런 건지 - 이 상영회에는 어쩜 이렇게 언니들 뿐인가! 예전에 섬유센터에서 하는 '야오이 판매전'을 찾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에 사내 둘이 나란히 앉아 영화를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얼굴이 후끈거리기까지 하더라. (그래서 계속 서로 떨어져 앉아라, 만지지 마라 하면서 욕하고 밀치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왠지 또 좀 알콩달콩해 보이는 거 같아 더 뻘쭘하기도 했고 ;;)

어쨌든 영화에 대한 감상은 위의 번잡하고 남사스런 과정을 감수하고 봤음에도 "후회하지는 않았다"는 거. 분명 보는 내내 이야기와 영상이 매끄럽게 술술 넘어가는 웰-메이드 무비였다. 나름의 호흡과 리듬도 있고. 하지만 솔직히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도 많더라. 영화 내내 주인공들의 감정이 너무 격하게 오르내리다 보니 비약도 많고 '멜로'라는 관점에서 보기에 좀 유치하다 싶은 구석도 좀 많다. 그래도 다른 동성 영화들보다는 사랑의 내용과 방식을 좀 적극적으로 표현하느라 그랬나보다, 하고 대충 이해해 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역시나 예쁜 사내들이 풋풋하게 몸과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괜실히 좀 너그러워지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주의 : 이 대목에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뭐, 이 영화를 보실련지 어쩔련지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재민(이한 분)이 수민(이영훈 분)을 아예 묻어버렸던가, 재민이 삽으로 맞은 다음 둘이 같이 구덩이 속에서 눈 맞으면서 얼어죽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은데 이런 감상은 역시 약간 또라이스러운가? 막판에 밍숭맹숭 후다닥 풋풋하게 마무리되던 결말이 내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난장을 떨고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거 보단 이렇게 저렇게 사랑하다 여차저차 죽게되도 후회하지 않아 였으면 더 좋았을 껄. (왠지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죽어도 좋아"가 생각나는군. 아예 제목을 '죽어도 좋아'로 -_-)


어쨌든 이 영화에 대한 나의 별점은 ★★★
(하지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보시라는 거)
신고

티스토리 툴바